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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대에서 당뇨병 위험 낮은 이유?… "적혈구 포도당 대사 기전 규명"
고산지대에 사는 사람들이 당뇨병에 덜 걸리는 이유가 적혈구의 포도당 흡수 능력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글래드스톤 연구소와 아크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저산소 환경에서 적혈구 수가 증가하고, 개별 적혈구의 포도당 흡수량도 크게 늘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발견은 적혈구가 단순히 산소를 운반하는 세포가 아니라 전신 포도당 대사를 조절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새로운 당뇨병 치료법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연구팀은 실험 쥐를 일반적인 산소 환경(21%)과 해발 5,000m에 해당하는 저산소 환경(8%)에 3주간 노출시켜 혈당과 포도당 내성을 비교했다. 저산소 환경에 노출된 쥐는 노출 이틀째부터 혈당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포도당 내성도 크게 개선됐다. 특히 이 효과는 일반 산소 환경으로 돌아온 뒤에도 한 달 이상 지속됐다. pet/ct 영상으로 포도당의 흡수 경로를 추적한 결과, 심장, 뇌, 간 등 주요 장기로 포도당의 약 30%가 이동했고, 나머지 70%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연구팀은 저산소 환경에서 크게 늘어나는 적혈구가 포도당의 저장소일 것으로 가설을 세웠다.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저산소 환경에 노출된 쥐에서 정기적으로 혈액을 채취해 적혈구 수를 정상 수준으로 낮추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적혈구 수가 줄어듦에 따라 저산소 환경에서도 혈당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반대로 정상 산소 환경의 쥐에게 적혈구를 수혈하자 혈당이 뚜렷하게 떨어졌다. 이는 적혈구 수 증가가 저산소 환경의 혈당 강하 효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포 수준에서 분석한 결과, 저산소 환경에서 새로 만들어진 적혈구는 포도당 수송체(glut1) 단백질이 약 60% 증가했고, 개별 세포당 포도당 흡수량도 약 3배 늘어났다.
적혈구가 흡수한 포도당의 행방도 밝혀졌다. 저산소 환경의 적혈구에서는 2,3-dpg라는 물질이 빠르게 축적됐다. 2,3-dpg는 헤모글로빈이 조직에 산소를 더 잘 내려놓도록 돕는 조절 물질로, 고산지대 적응에 필수적이다. 즉, 적혈구는 포도당을 연료로 사용해 저산소 환경 적응에 필요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발견을 당뇨병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1형·제2형 당뇨를 유도한 실험 쥐에 저산소 환경 노출하거나 적혈구를 수혈했다. 두 경우 모두 고혈당이 크게 개선됐고, 연구팀이 개발한 저산소 모방 약물 '하이폭시스탯(hypoxystat)'도 고지방 식이로 유발된 고혈당을 완전히 정상화시켰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이샤 자인(isha h. jain) 아크 연구소 연구원은 "적혈구가 저산소 조건에서 전신 포도당 대사의 핵심 조절자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 발견은 고산지대 주민들의 혈당 조절 능력에 대한 오랜 의문을 풀어주고, 당뇨병 치료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red blood cells serve as a primary glucose sink to improve glucose tolerance at altitude': 적혈구가 고지대에서 포도당 내성 개선을 위한 주요 포도당 저장소 역할을 한다)는 2026년 3월 국제 학술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 게재됐다.